기차역 플랫폼에 서서 선로를 바라보면 열차는 언제나 왼쪽 선로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도로 위 자동차와 지하철은 모두 오른쪽 차선을 달리죠. 중앙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통행합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왜 이렇게 통행 방향이 엇갈리게 되었을까요? 단순한 규칙 같지만, 그 뒤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숨어 있습니다.
기차가 왼쪽을 달리게 된 사연
1899년, 한반도에 첫 철도 경인선(노량진–제물포)이 개통했습니다. 철도는 일본이 부설했는데, 일본은 이미 영국식 철도 체계를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마차 시대부터 좌측통행을 고수하던 나라였습니다. 일본은 이를 그대로 모방했고, 1890년대에 건설된 한국 철도도 좌측통행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늘날 KTX부터 무궁화호까지 모든 열차가 여전히 왼쪽 선로를 달리게 된 것입니다.

자동차는 왜 오른쪽으로 달릴까?
자동차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개화기 시절에는 통행 방향이 뒤섞여 있었지만, 광복 이후 미군정 시기에 미국식 도로 교통 체계가 들어오면서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특히 현재의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에는 이렇게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차마의 운전자는 도로(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말한다)의 중앙(중앙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앙선을 말한다. 이하 같다) 우측 부분을 통행하여야 한다.”
즉, 자동차가 오른쪽 차선을 달리는 것은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엄연한 원칙입니다.
왜 기차의 좌측통행은 바꾸지 않았을까?
광복 이후 철도의 좌측통행을 자동차처럼 우측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선로, 신호기, 승강장이 좌측 기준으로 지어져 있었고, 이를 모두 바꾸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철도는 좌측통행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 — 일상 속에 남은 역사
정리하면,
- 기차의 좌측통행: 일본을 거쳐 들어온 영국식 철도 유산
- 자동차의 우측통행: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에 근거한 명확한 법 규정
길 위의 당연한 풍경도 알고 보면 역사와 법이 함께 만든 교통문화라는 사실,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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