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의 서막
지금은 국민 메뉴가 된 돈까스. 하지만 그 시작은 일본의 서양 문물 수용시기인,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돈가스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근대 일본, 육식문화의 시작
일본은 약 1200년 동안 육식을 금지했습니다. 그 시작은 675년 덴무 천황(天武天皇) 이 “소, 말, 개, 닭, 원숭이의 고기를 먹지 말라”는 칙령을 내린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이후 불교가 국교로 자리 잡으면서 ‘살생을 금하는’ 사상이 강화되었고, 에도시대(17~19세기)에도 농경에 필요한 가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육식은 여전히 금기였습니다.

메이지 유신과 육식
그러나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서양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며 ‘문명개화(文明開化)’를 외쳤습니다. 당시 일본은 “서양인의 체격이 큰 것은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국민의 체력 향상을 위해 육식 장려 정책을 추진하게 됩니다.
근대 일본의 육식 장려
1872년 일본 정부는 ‘육식 장려 포고문(肉食勧奨の詔)’을 발표하여 소고기·돼지고기 등의 섭취를 공식적으로 권장했습니다. 메이지 천황이 직접 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이 신문에 보도(1872년 1월 24일)되기도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육식에 대한 사회적 금기가 점차 사라졌고, '양식(洋食)’이라 불리는 새로운 식문화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되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스키야키, 샤부샤부, 돈가스입니다.

긴자의 렌가테이, 일본식 돈가스의 시작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 최초의 서양식 요리 전문점으로 평가받는 곳이 바로 도쿄 긴자의 ‘렌가테이(煉瓦亭)’ 입니다.
1895년, 주인 모토키 료지로(元木良次郎)가 문을 연 이 식당은 당시 서양에서 들어온 커틀릿(Cutlet) 요리를 일본식으로 변형해 선보였습니다.
원래 커틀릿은 팬에 굽는 서양 요리였지만, 모토키는 일본식 튀김 조리법인 튀김(덴푸라)에서 영감을 얻어 고기를 기름에 튀기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가 바로 오늘날 돈가스의 시초인 ‘포크 커틀릿 (ポークカツレツ, Pork Katsuretsu)’ 입니다.

렌가테이의 정식
렌가테이는 포크 커틀릿에 밥과 된장국, 채소 절임을 곁들여 ‘정식(定食)’ 형태로 내놓았는 데, 이러한 정식 스타일이 전국으로 퍼지며 일본식 서양요리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돈가스 정식이라는 것이 이러한 모습니다.
오늘날에도 렌가테이는 도쿄 긴자의 같은 자리에 남아 있으며,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포크 커틀릿과 오므라이스의 원조로 불리고 있습니다.

돈가스 이름의 탄생
‘돈가스(豚カツ)’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29년 도쿄 우에노의 ‘본지엔(ぽんぢえん)’을 운영하던 요리사 시마다 신지로(島田信次郎)입니다.
그는 황궁 요리사 출신으로 서양 요리를 연구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시마다는 렌가테이의 커틀릿을 개선해, 고기를 2~3cm 두께로 두껍게 썰고 젓가락으로 먹기 쉽게 미리 자른 뒤 우스터소스를 응용한 특제 소스를 곁들였습니다.
그는 메뉴 이름을 ‘돈(豚, 돼지)’ + ‘가츠(カツ, 커틀릿의 일본식 발음)’ 로 정했습니다. 이 명칭이 널리 퍼지며 ‘돈가스’는 일본식 양식의 대표 이름이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기다'라는 뜻의 일본어의 ‘가츠(勝つ)’와 음이 같아 지금도 일본에서는 시합 전날 돈가스를 먹는 ‘승리의 음식’ 풍습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경양식 돈가스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무렵 경양식점을 통해 돈가스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돈가스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60년대 이후입니다.
1965년 10월 14일 자 조선일보에 "명동 어귀 한일은행 앞에 있던 <태극> 그릴은 돈가스, <지미> 그릴은 수프 맛으로" 유명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옛날 돈가스
그 시절의 ‘옛날 돈가스’는 지금과는 여러 면에서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고기를 아주 얇고 넓게 두드려 튀겼습니다. 튀김옷은 두껍지 않았고, 소스는 별도로 담지 않고 고기 위에 진한 데미글라스 소스를 듬뿍 부었습니다.
접시에는 썰은 양배추, 콘샐러드, 삶은 완두콩이나 당근, 모닝빵 한 조각 등이 함께 나왔습니다.

최근의 돈가스 맛은
반면, 요즘의 돈가스는 두껍고 육즙이 풍부한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고기의 결을 살리기 위해 두께를 2~3cm로 유지하고, 갓 구운 빵가루를 입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냅니다. 소스 역시 고기와 따로 담아, 바삭한 식감을 유지한 채 취향에 따라 찍어 먹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최근에는 일본식 돈가스뿐 아니라, 치즈 돈가스, 김치 돈가스, 크림 돈가스 등 다양한 변형 메뉴도 등장해 하나의 ‘트렌드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돈가스는 서양의 커틀릿에서 시작해 일본식으로 재해석되고, 다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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